[ ㅎ ]/화이트데이: 학교라는 이름의 미궁

화이트데이 귀신 수집 <2편>

고라니니 2024. 10. 1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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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아기의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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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현은 Y고교에 새로 부임한 미술 선생을 짝사랑 하고 있었다.

젊고 재능 넘치는 그 남자 선생님은 설현 뿐 아니라 다른 여학생들에게도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녀는 어떻게 해서든 다른 학생들 보다 선생님의 눈에 들기 위해, 미술 시간과 창작 과제에 온 힘을 쏟았다.

어려서부터 손재주가 제법 있던 편이라,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미술 선생님의 총애를 받을 수 있었다.

 

설현은 미대로 진학해 보지 않겠냐는 미술 선생의 조언에 따라, 방과후에 남아 개인적인 지도를 받기 시작했다.

그녀에게는 그런 모든 상황이 꿈만 같았다. 다른 학생들이 모두 귀가하고 고요해진 학교에 남아,

사모하는 미술 선생님과 단 둘이 실기 연습에 매진하는 동안 시간을 흘러갔다.

어느 날부터인가 학교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학교의 선생 중 한 명이 학생과 사귀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소문은 학생들의 입을 오르내리다가, 선생님들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소문의 진상은 알 수 없었지만, 그로부터 얼마 뒤 젊은 미술 선생이 쫓겨나듯 학교를 떠나게 되었다.

 

설현은 한 밤 중에 미술실에 홀로 앉아 있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온 희미한 달빛이 설현의 떨리는 어깨 위로 내렸다.

그녀는 서럽게 흐느끼며 울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흙을 빚어 만든 인형이 들려있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여자 인형이었다. 특히나 세심히 공을 들인 것 같은 인형의 얼굴은 설현을 많이 닮아 있었다.

설현은 원망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 인형을 노려보았다.

다음날 아침, 학교는 발칵 뒤집혔다. 미술실에서 죽은 여학생의 시신이 발견된 것이다.

여학생은 수면제를 과다복용하여 자살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사실은 죽은 여학생의 몸 속에는 또 하나의 생명이 자라고 있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학생들 사이에 쓸데없는 소문이 돌지 않도록 입조심을 시켰지만,

어디서 이야기가 새어나갔는지 학교 전체에 죽은 여학생과 아기의 아빠에 대한 추측들이 난무했다.

얼마 전 학교를 떠난 미술 선생의 이름이 수없이 거론되었지만 진실은 끝내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뒤로 미술실 근처에서 아기의 울음 소리가 들었다는 사람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환청인가 싶을 정도로 작은 울음소리였지만, 나중에는 지진이 난 것 같은 흔들림을 느꼈다거나,

탯줄이 목에 감긴 아기의 귀신을 보았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하지만 결코 그 뒤를 따라가서는 안 된다.

아기가 원하는 것을 주지 못한다면, 당신을 심연의 어둠속으로 끌고 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7. 창문 밖의 여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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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본관과 강당 사이에는 작은 연못이 있었다.

그곳은 전쟁 당시 피난민의 천막 수용소가 있던 자리였는데,

천막 중 하나가 폭격을 맞은 곳에 그 연못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야기에 따르면 그 천막의 사람들은 한 번에 몰살되었는데, 그때 그들이 흘린 프로 인해 연못의 바닥은

아직까지도 붉은 색으로 물들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연못에는 또 하나의 전설이 있었다.

짝사랑하는 상대에게 연못 앞에서 만나자는 고백 편지를 보내어,

만약 상대가 나온다면 그 사랑이 이루어 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가 나오지 않는다면, 고백 편지를 쓴 당사자가 연못의 저주를 받아 죽는다고 한다.

 

얌전하고 소심한 학생이었던 다솜은 한 학년 선배인 찬열을 좋아했다.

깊어가는 짝사랑 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했던 다솜은, 결국 큰 결심을하고 찬열에게 고백 편지를 전달했다.

그리고 연못에서 그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나 고백 편지는 찬열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전달되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실수로 잃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 방법이 없던 다솜은 밤새 연못 앞에서 그를 기다렸고,

그 후유증으로 심한 열병을 앓고 수 일을 결석해야만 했다.

간신히 병이 나아 학교에 나온 다솜은 예전보다도 말수가 적고, 의기소침해져 있었다.

친구들은 그녀를 걱정하며 이런저런 위로를 했지만, 끝내 그녀는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

 

그리고 전학을 간 지 몇 달 되지도 않아, 연못에서 시체가 되어 떠올랐다.

 

그믐달이 뜨는 날 밤이면,

낡은 본관 건물에서 밖에서 말 없이 복도 안을 들여다 본다는 귀신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물에 퉁퉁 불어난 여학생의 모습을 한 그 귀신은,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젖은 머리칼 아래 희번덕거리는 눈으로

자신의 편지를 가진 남자를 찾아 두리번거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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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굶주린 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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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학년인 영미는 늘 자신의 몸매에 불만이 많았다.

이제 수능만 끝나면 꿈에 그리던 여대생이 되는데, 이 뚱뚱한 몸매로는 낭만적인 캠퍼스 생활은 이미 그른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다이어트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그녀가 전혀 비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은 네가 무슨 다이어트냐며, 오히려 살을 좀 찌워도 되겠다며 웃었다.

 

영미는 점차 주변사람들의 말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교실 뒤에 있는 전신거울 속에는 통통하게 살이 찐 여학생이 보였다.

거울 속에 저렇게 뚱뚱한 돼지가 있는데 나를 보고 날씬하다고? 다이어트를 할 필요가 없다고?

 

영미는 그 말들이 자신을 비꼬아 놀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반드시 날씬해질 거야. 날씬해지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먹지 않을 거야. 두고 봐."

그날부터 영미는 물 외에 음식물을 입에 대지 않았다.

 

그녀는 하루가 다르게 말라갔다. 뼈와 가죽만 남아 몸을 움직일 힘도 부족했지만, 끝까지 먹기를 거부했다.

혹시 조금이라도 억지로 음식을 먹게 되면 화장실로 달려가 토해내기 일쑤였다.

피골이 상접한 그녀가 힘겹게 돌아다니는 모습은 괴기스럽기까지 했다.

처음에는 그녀를 걱정하던 친구들과 선생님들도 점차 그녀를 피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그녀의 학급에 남학생이 새로 전학을 왔다.

전학생은 친구들과 빨리 친해지려고 반 전체에 한 턱을 쐈다.

주문한 햄버거와 피자가 도착하고, 담인 선생님의 허락 아래 조촐한 파티가 벌어졌다.

 

다들 그 순간만큼은 고3 수험행의 스트레스를 잊고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전학생의 눈에 창가 쪽에 홀로 엎드려있는 영미의 모습이 보였다.

다들 들뜬 분위기 속에서도 그녀는 꿋꿋이 단식을 지키고 있었다.

그는 남은 햄버거와 콜라를 그녀에게 들고 가서 건넸다.

 

“안 먹어, 안 먹는다고! 이 거울 속의 나는 아직도 뚱보잖아!”

 

영미가 고함을 지르며 일어나 교실 뒤의 거울을 가리키며 불같이 화를 냈다.

시끄럽던 교실이 일순간 정적에 빠졌다.

 

그녀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고, 눈빛에는 광기가 흐르고 있었다.

영미는 씩씩거리며 사방을 둘러봤다. 반의 모든 아이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영미의 눈에는 그들 모두가 자신을 비웃는 것처럼 보였다.

영미는 비명을 지르며 교실을 뛰쳐나갔다.

아무도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인근 야산에서 굶어 죽은 모습으로 발견되었다.

 

그녀의 반 친구들은 영미의 마지막 말에 대해 얘기했다.

 

“거울 얘기는 뭐였을까? 우리 반엔 아무 거울도 없는데..”

 

9. 얼굴을 가린 여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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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아는 인기가 많은 여학생이었다.

얼굴도 예쁜 데다가, 음악에도 특별한 재능이 있어, 어려서부터 각종 콩쿨의 상을 휩쓸었다.

주위 사람들 전부 입이 마르게 그녀를 칭찬했다.

그녀는 우쭐해졌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그녀는 점차 거만해졌다.

반면, 미숙은 학교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아이였다.

자신의 못생긴 얼굴에 콤플렉스가 심했던 그녀는 매사 자신감이 없고 소극적이었다.

 

때문에 친구도 거의 없었다. 같은 반 친구들조차 그런 애가 반에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어느 날이었다. 은아는 친구들과 떠들며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청소 중이던 미숙을 보지 못하고 부딪쳤다. 미숙이 비틀거리며 들고 있던 양동이를 쏟았다.

양동이의 구정물이 복도 위로 흘렀다.

그런데 은아는 사과 한 마디도 없이 미숙을 슬쩍 보고는 갈 길을 가는 것이었다.

화가 난 미숙은 은아를 쫓아가 따졌다. 하지만 돌아 온 것은 은아의 싸늘한 반응이었다.

 

"뭐라는 거야, 생긴 것도 구정물 같은 게."

 

주변의 아이들이 은아의 말에 동조하며 미숙을 비웃었다. 미숙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

그날부터였다. 아이들은 미숙이 지나가면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며, 그녀에게 들릴 듯 말듯 조롱하고 비아냥거렸다.

그런 일이 반복될 때마다 미숙의 마음속에는 은아에 대한 원망과 증오가 쌓여갔다.

그녀는 은아에게 앙심을 품었다.

 

"지는 얼마나 예쁘다고. 넌 영원히 예쁠 것 같아? 두고 봐.."

 

어느날 은아는 음악감상실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있었다. 미숙은 조용히 그 무리에게 다가갔다.

몇몇이 미숙을 보고 또 조롱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손에 들린 병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았다.

미숙은 준비해 간 황산을 은아의 얼굴에 뿌렸다. 은아의 비명소리가 음악감상실 안에 메아리 쳤다.

주변에 있던 아이들은 혼비백산하여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그녀를 도와주기 위해 남아있는 친구들은 아무도 없었다.

은아는 고통 속에서 비명을 지르며 도움을 애원했지만, 미숙은 싸늘한 미소로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은아의 아름다웠던 얼굴은 끔찍하게 녹아 내리고 있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은아의 얼굴 반쪽엔 끔찍한 흉터가 남았다.

더 이상 그녀의 얼굴에서 예전의 아름다움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는 학교도 나가지 않고 집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다.

집 안에 있던 거울이란 거울은 모두 깨뜨렸고,

밝은 빛을 괴로워해 집 안을 대낮에도 깜깜할 정도로 어둡게 만들고 지냈다.

그리고 얼마 뒤 은아가 창문에서 뛰어내려 자살 했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의도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시체는 얼굴부터 떨어져 형체를 알아보기가 힘들 정도였다고 한다.

 

그 후로 음악감상실에서 은아의 귀신을 보았다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 귀신은 항상 등을 보이는데, 그 얼굴을 본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고 한다.

 

10. 도서관의 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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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아버지를 여읜 경희는 집안 형편이 어려웠다.

그녀의 식구들은 경희가 실업계 고등학교로 진학하여 하루빨리 돈을 벌어오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경희의 생각은 달랐다.

그녀가 생각하기엔 오직 공부만이 이 지긋지긋한 가난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이었다.

그래서 경희는 식구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고등학생이 된 경희는 자신의 결심대로 학업에 매진했다.

 

그녀의 성적은 명문 고교인 Y고교에서도 순위권에 들 수 있을 만큼 훌륭했다.

하지만 그녀는 별로 만족스럽지 않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1등이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경희를 좌절하게 한 1등은 쾌활한 성격의 세연이란 여학생이었다.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아 인기가 많은 학생이었다. 그녀의 아버지가 고위 공무원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그 때문인지 세연은 경희와 달리 매사 긍정적이고 자신감이 넘쳤다.

경희는 그 애가 공부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항상 친구들과 즐겁게 수다를 떠는 모습뿐이었다.

 

그럼에도 항상 자신보다 성적이 좋았다.

 

"대체 언제 공부를 하는 거지? 분명 고액의 과외를 받고 있는 거야. 분명해."

 

경희는 손톱을 물어 뜯었다. 조바심이 났다.

저 아이를 이기지 못하면 자신은 영원히 가난 속에 살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경희는 이를 악물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잠자는 시간마저 줄여가며, 공책에 구멍이 뚫리도록 밑줄을 치며 공부했다.

 

벼르고 별렀던 시험이 끝났다.

모든 학생들이 너무 어려웠다며 아우성이었다.

그녀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자신 있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성적표를 나눠주는 날이 되었다.

성적표를 받아 든 아이들의 반응은 제각각 다양했다.

울상인 아이도 있고, 안도의 한숨을 쉬는 아이도 있고, 별 관심이 없다는 듯 시큰둥한 아이도 있었다.

경희는 자신감 있게 성적표를 확인했다.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2등. 또 2등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세연을 바라봤다. 세연은 친구들 사이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녀는 이번에도 세연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그 뒤로 경희는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말씀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녀의 머리 속은 세연 생각뿐이었다.

 

“쟤는 뭔데 날 이길 수 있는 거지? 고액과외 때문이겠지. 틀림없어."

"난 고액과외를 받을 돈이 없어. 틀렸어. 난 영원히 쟤를 이기지 못해. 그냥 영원히 가난 속에 살아야 하는 거야.”

 

결국 경희는 정신착란 증세를 보이다 끝내 자살하고 말았다.

그 후로 도서관에서 귀신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돌았다. 밤 12시까지 도서관에 남아 공부를 하고 있으면,

손으로 턱을 괸 여성이 나타나 공부하는 사람을 한참 동안 노려보다가 사라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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