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ㅎ ]/화이트데이: 학교라는 이름의 미궁

화이트데이 귀신 수집 <1편>

고라니니 2024. 10. 1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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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사감의 원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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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당시 Y고교는 주변에 인가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산자락 밑 외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때문에 Y고교에서는 자체적으로 기숙사를 운영하였는데,

그 중 여학생 기숙사에는 호랑이 사감으로 불리던 C사감이 있었다.

명문가 출신의 그녀는 항상 학생들에게 조신한 행동을 강조했다.

그녀의 기숙사 규율은 상당히 엄격했고,

조금이라도 어기면 엄벌했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그녀에게 불만을 가졌다.

 

2학기 중간고사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2학년 여학생 한 명이 3층에서 추락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험이 끝나고 들뜬 마음을 추스르지 못한 여학생이 사감의 눈을 피해 외출을 하려다가

그만 실족하여 벌어진 사고였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학교 안에선 그녀가 사감의 횡포를 못 이겨 자살했다거나,

심지어는 사감이 직접 죽였다는 소문까지 돌기 시작했다.

사감은 큰 충격을 받고 한동안 넋 나간 사람 마냥 조용히 지냈다.

학생들은 내심 기뻐하며 사감의 눈치를 살폈다.

 

사고가 발생한 것은 그로부터 얼마 뒤의 일이다.

기숙사 위생점검을 하던 사감은 한 여학생의 머리가 규정보다 긴 것을 발견하고,

화장실로 데려가 직접 머리를 잘랐다.

그런데 그 여학생과 주변의 친구들이, 사감의 처벌에 크게 반발했다.

여학생들은 사감의 깐깐하고 융통성 없는 태도와 엄격한 규정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사감을 몰아붙였다.

처음에는 몇 명에 불과했지만 한 명 두 명 그에 동조하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엔 기숙사 내의 모든 여학생들이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온통 분노한 눈동자뿐이었다.

 

그 순간, 그 동안 쌓여있던 C사감의 감정도 폭발했다.

그녀는 미친 사람처럼 괴성을 지르며 기숙사 밖으로 뛰쳐나갔다.

아이들은 싸늘한 눈길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 아무도 그녀를 쫓아가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실종된 지 며칠 만에 기숙사 인근 야산의 숲 속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그 뒤로 학교나 기숙사에서 사감의 귀신을 목격했다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소문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기숙사의 여학생들은 공포와 불면증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얼마 뒤 기숙사는 폐쇄되었다.

 

그러나 그 뒤로도 학교 안에서 사감의 귀신을 보았다는 사람은 간간히 나타났다.

 

2. 보이지 않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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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학교가 떠들썩했다.

철민이란 학생이 기절한 채로 복도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철민이 발견된 곳은 학생들이 잘 이용하지 않는 복도로,

학교가 새로 건물을 지으며 구관과 신관을 연결하기 위해 만든 곳이었다.

그 복도는 특이한 형태와 구조를 하고 있어, 보는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건물과 건물을 이은 다리 역할의 구조물인데, 천장과 벽이 있는 복도의 모양인데다,

창문도 없이 형광등 조명 뿐이라 낮에도 무척 음침했다.

 

게다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직선으로 뚫린 통로가 아니라 몇 번이 구석을 돌아야만 건너편 건물이 나오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때문에 학생들의 대부분은 이 복도를 이용하지 않았고,

사람들의 발길이 닳지 않을 수록 괴소문만 무성하게 늘어갔다.

동굴 같은 느낌을 주는 복도를 걸어갈 때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거나,

앞에서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는 들렸지만 결국엔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한밤중에 이 복도에 들어가면 가도가도 건너편 건물은 나오지 않고,

다음 날 아침이 될 때까지 그 안에서 헤매게 된다는 소문도 있었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날 밤, 철민은 자신은 그런 걸 믿지 않는다며 다 헛소문이라고 큰소리 쳤다.

친구들은 철민의 배짱을 테스트 해보기 위해 한밤중에 학교에 모였다.

철민이 혼자 다리를 건너 반대편 건물 교실에 있는 물건을 가져오기로 했다.

철민은 식은 죽 먹기라는 듯 성큼 복도의 문을 열었다.

어둠이 깔린 복도 속으로 철민이 사라지고 문은 닫혔다.

 

친구들에게 큰소리를 치고 들어오긴 했지만, 복도의 분위기는 철민이 상상했던 것보다 더 공포스러웠다.

창문 하나 없이 꽉 막힌 복도는 랜턴의 불빛이 닿는 곳을 제외하곤, 코 앞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이었다.

그제서야 철민은 긴장이 되며, 괜한 내기를 한 것이 후회되었다.

발자국 소리가 텅 빈 복도를 울리기 시작하자, 금방이라도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달려들 것만 같았다.

철민은 용기를 짜내어,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때 무언가 철민의 목덜미 스쳐 지나가며 쇳소리가 들렸다. 머리가 쭈뼛 곤두섰다.

바로 무언가가 등 뒤에 있는 느낌이었다. 기분 탓인지 희미하게 웃음소리도 들리는 것 같았다.

철민은 이를 악물고 뒤를 돌아봤다. 아무 것도 없었다. 텅 빈 복도와 어둠뿐이었다.

겁에 질려 덜덜 떨고 있던 철민은 다소 안도했다.  하지만 그 순간, 철민의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서 뭐하니..?“

 

철민은 혼비백산하여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 하지만 달려도 달려도 복도뿐, 건너 편 건물을 나타나지 않았다.

 

철민은 극도의 긴장과 공포, 절망 속에서 실신하고 말았다.

친구들은 한참을 기다려도 철민이 오질 않자, 다들 집으로 돌아갔다.

모두들 불안함을 느꼈지만, 아무도 철민을 쫓아가보자는 말을 하진 않았다.

그러고 다음 날 아침, 복도에서 실신한 모습의 철민이 발견된 것이다.

 

그 후로 학생들은 그곳을 건널 수 없는 다리 혹은 미로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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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누워있는 여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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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고교에 새로 전학 온 지섭은 얼마 전 친구로부터 학교에 얽힌 무서운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하필 오늘같이 비가 부슬부슬 오는 밤에 잊은 물건 찾으러 학교에 올 때면,

그 이야기는 너무도 선명하게 기억이 났다.

불과 몇년 전 학교에 지혜라는 여학생이 있었는데, 1,2학년을 계속 같은 반으로 지낸 명호와 사귀는 사이였다.

하지만 3학년이 되면서 둘은 서로 다른 반이 되었고,

지혜는 새로 같은 반이 된 호영에게 호감이 생겨 그와 사귀게 되었다.

 

명호는 2년이나 사귄 지혜에게 갑자기 이별을 통보 받게 되자 그 사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혜를 찾아가봐도 그녀는 명호를 철저하게 무시할 뿐 대꾸해주지 않았다.

몇 번을 그렇게 상처받은 명호는 점차 지혜를 증오하게 되었다.

어느날 결심을 굳힌 명호는 점심 시간을 이용해 지혜의 반을 찾아갔다.

그 날도 지혜는 명호에게 단호하게 선을 긋고는 그의 말을 무시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명호는 준비해 온 칼을 꺼내 들었다.

물론 위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니고, 단지 지혜에게 겁을 줘서라도 상처받은 자존심을 달래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혜는 그런 명호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겉으로는 남자다운 척 해도 속으로는 소심하고 겁이 많은 명호가 그런 짓을 하는 것이 추하고 못나 보일 뿐이었다.

그래서 도리어 화를 냈다. 너는 찌를 배짱도 없는 녀석이라며 그를 윽박질렀다.

그 말에 눈이 뒤집힌 명호는 충동적으로 칼을 휘둘러 지혜를 찔러버리고 말았다.

명혼에 칼에 맞은 지혜는 그 자리에 조용히 쓰러지고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는 교실 바닥을 적시며 흥건히

고였다. 명호는 자신이 저지른 일에 놀라고 겁이 나, 폭주하기 시작했다.

 

광분하며 허공에 칼을 휘두르는 명호 때문에,

주변에 있던 학생들은 다가가지도 못하고 지혜가 서서히 숨을 거두는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그 뒤 학교에서는 조용히 자는 듯 누워있는 여학생의 유령이 자주 목격 되었다고 한다.

 

머리 속에 스멀스멀 떠오르는 무서운 이야기를 애써 지우던 지섭은 교실 문을 열었을 때, 놀라 뒤로 넘어졌다.

교실의 어둠 속에 가만히 누워있는 여학생의 모습이 보인 것이다.

 

4. 캐비닛 안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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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훈은 오늘도 상담실에 남아 있었다.

짜증나게 구는 놈이 있어서 낮에 주먹다짐을 좀 한 것 때문에 반성문을 쓰는 중이었다.

그런데 싸움은 둘이 했는데, 남아서 벌을 받고 있는 것은 태훈 혼자였다.

상대했던 녀석이 있는 집 자식이라 눈 감아준 것이 틀림 없었다.

태훈이 아는 교무주임이라면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었다.

 

재수가 더럽게도 없는 날이었다.

 

교무주임이 요구한 반성문을 다 채우자니 팔이 떨어져 나갈 것처럼 아팠다.

아까 얻어맞았던 곳들도 욱신거렸다. 주먹으론 안될 것 같자 그 녀석은 대걸레를 들고 휘둘렀는데,

그 떄 맞은 곳이었다. 대걸레를 빼앗아서 그 자식을 반쯤 죽여놓으려던 찰나, 교무주임이 등장하는 바람에 자신만

얻어맞고 끝난 꼴로 끝나버린 것이다. 생각하니 다시 울화통이 치밀었다.

내일 등교하자마자 그 자식을 밟아버리겠다고 생각하며 애써 분을 삭이던 때였다.

뒤쪽에 있던 캐비닛에서 뭔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쥐가 한 마리 캐비닛에 들어간 것 같았다.

 

건물이 하도 오래되었다 보니 학교 안에서 쥐를 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신경을 끄고 반성문이나 계속 쓰려는데,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계속 신경을 긁었다.

짜증이 난 태훈은 캐비닛을 벌컥 열었다.

하지만 캐비닛 안에 들어있던 것은 쥐 따위가 아니었다.

 

언제부턴가 학생들 사이에 캐비닛 안에서 얼굴이 튀어나온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캐비닛 안에서 몸이 구겨진 채 죽은 남학생이 발견되었다는 소문도 있었다.

선생님들은 쉬쉬했지만, 소문은 점점 더 살을 붙이며 퍼졌다.

 

소문에 따르면 학교의 건물은 과거 일제 강점기 무렵에 정치범 수용소로 이용된 곳인데,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정치범이란 죄명으로 고문을 받고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그 중에는 태평양전쟁 말 징병을 피해 도망친 남편을 대신해 잡혀온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남편의 행방을 묻는 모진 고문을 받았지만 끝까지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결국엔 벽장을 개조해, 앉을 수도 누울 수도 없게 만든 작은 독방에 갇히게 되었는데,

그녀는 그 안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상태로 고통 받으며 서서히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전쟁이 끝나고 방치되어 있던 이곳을 학교로 개조 할 때가 되어서야,

그 벽장 안에 갇혀있던 그 여인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그 시체는 무릎과 목이 굽은 상태로 경직되어, 관에 넣는데도 상당히 애를 먹었다고 한다.

학생들은 그녀의 영혼이 아직도 벽 속을 헤매고 다니고 있다고 믿었다.

한밤중에 학교의 캐비닛을 열면 그 속에서 구부정한 목을 내밀어 희생자를 찾는다고 한다.

 

5. 피를 원하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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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현은 교실로 향하는 발걸음을 서둘렀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희미하게 남아있던 햇빛은 어느 틈엔가 사라지고, 학교는 어둑한 산 그림자에 잠겨있었다.

미현은 청소 중이던 자신을 붙잡고 수다만 떨다가 가버린 친구들이 얄밉게 생각되었다.

Y고교에는 그 긴 역사만큼이나 이런 저런 괴담이 많았기 때문이다.

오늘따라 교정에 다른 아이들도 보이지 않았다.

미현은 복도에 울리는 자신의 발걸음 소리가 무척 불안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복도 구석의 나무화분을 보자 그녀의 불안은 더 커졌다.

그 화분의 주인이었던, 작년 그녀의 담임 선생의 일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녀의 담임선생님이었던 B는 한문 교과를 가르치는 남자 교사였다.

깡마르고 왜소한 체격에 과묵한 성격으로, 어딘가 모를 음침한 분위기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제자들은 물론이고 동료 교사들과도 거의 교류가 없었다.

사람들과는 어울리는 법이 없던 그가 유일하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화분을 가꾸는 일이었다.

특히 자신의 반인 2학년 2반의 화분목에는 큰 애정을 쏟았다.

어찌나 애지중지 하는지 쉬는 시간마다 와서 나무의 상태를 살폈다.

 

그런데 어느날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한 학생이 화확용제를 B가 아끼던 화분목에 쏟아버리고 만 것이다.

강력한 화학약품이 쏟아진 나무는 검게 변색되며 서서히 말라 시들어 버렸다.

사고를 친 학생은 B에게 혼날 것이 두려워, 다른 화분으로 바꿔두고 말라비틀어진 화분은 소각각해 없애기로 했다.

친구들도 힘을 합쳐 그를 도왔다. 힘겹게 화분을 소각장으로 옮기고 불을 붙였다.

말라있던 나무는 쉽게 불이 붙어, 곧 검은 연기를 내며 타기 시작했다.

불길이 점차 거세어질 때 어디선가 비명소리가 들렸다. 마치 나무가 비명을 지르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때 B가 달려왔다. 소각로 안에서 불타는 나무의 모습을 본 그의 눈은 광기로 뒤집혀 있었다.

그는 괴성을 지르며 누가 말릴 새도 없이 소각로 안으로 뛰어들었다.

삽시간에 치솟아 오른 불길이 B와 그의 화분을 집어삼켰다. 아이들은 말을 잃고 기괴한 장면을 지켜봤다.

학생들의 일치된 증언을 들은 경찰은 정신 이상을 앓고 있던 B의 자살로 사건을 결론지었다.

미현도 그날 소각장에 있었다. 그 뒤로 B가 가꾸던 화분을 볼 때마다 불길했다.

그래서 가급적 그쪽으로는 지나다니지 않았다. 오늘도 조급하지만 않았다면 다른 길로 돌아서 갔을 것이다.

 

애써 마음을 다스리며 교실로 향하던 미현은 마침 근처 교실에 불이 켜진 것을 발견했다.

안에서 누군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적막한 학교에 혼자 있던 것이 너무 무서웠던 미현은 자기 말고도 누군가가 있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그녀는 서둘러 교실 문을 열었다. 그런데 미현의 눈에 들어온 것은 화분목 앞에 서 있는 남자의 뒷모습이었다.

 

미현은 그 왜소한 뒷모습을 보는 순간 얼어붙어버렸다.

그곳은 바로 작년 그녀의 반이었던 2학년 2반이었다.

 

남자는 미현을 향해 천천히 뒤를 돌았다.

그의 손에는 배가 텅 빈 강아지의 사체가 들려 있었고 다른 한 손은 피범벅이었다.

그의 뒤편으로 화분목 위에 뿌려진 피와 내장이 보였다.

그는 미현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다행이야. 아직 많이 부족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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